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지만, 그것이 '새롭기 위한 고통'을 폄훼하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그 고통에 바치는 찬사에 가깝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고통은 물론, 내가 새롭다고 생각했던 것이 누군가에 의해 오래 전에 만들어졌음을 깨달은 순간의 허탈과 망연자실을 포함한다.
<88만원 세대>를 쓰던 무렵, '88만원 세대'라는 제목은 물론이고 '다안성'과 같은 개념들, '희망고문'과 같은 비유 하나하나조차 쉽게 떠오른 것은 결코 아니다. 사타구니 습진, 편두통, 과민성대장증후군 등등에 괴로워하며 고민을 거듭하다 어느 순간, 이를테면 사타구니를 벅벅 긁는다든지, 괄약근을 오므리며 화장실로 달려간다든지, 펜잘을 입에 털어넣는 순간 문득 하나의 착상이 슬며시 고개를 내민다. 반면 책상 앞에서는 언제나 시행착오 뿐이다. 그렇게 결과물은 언제나 수많은 좌절의 화학반응이다.
나는 대가에게도 애송이에게도 공평한, '등가교환의 법칙'이 있다고 믿는 편이다. 대가는 대가의 레벨에서, 애송이는 애송이의 레벨에서 스스로의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의 양은 일정하다는 의미다. 새롭기 위한 고통은 언제나 괜찮은 결과를 보장한다. 단, 자신의 레벨을 착각하지만 않는다면.
"영속성 있는 세계제국을 건설할 수 있는 것은 국민국가와 같은 정치형태가 아니라 로마공화국과 같은 본질적으로 법에 기초한 정치형태이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전 제국을 담당하는 정치제도를 구체적으로 나타내는, 만인에게 똑같이 유효한 입법이라는 권위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에 의해 정복 후에는 매우 이질적인 민족집단도 실제로 통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국가는 이와 같은 통치원리를 갖고 있지 않다. 애당초 처음부터 동질적인 주민과 정부에 대한 주민의 적극적인 동의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
"..국민국가와 정복정책의 내적 모순은 나폴레옹의 장대한 꿈의 좌절로 백일하에 드러났다."
-한나 아렌트, <전체주의의 기원> 270~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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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렴(국민통합)과 발산(동북아중심국가)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야심을 공공연히 표명한 최초의 대통령은 노무현이었고, 그 사실만으로도 그는 보나파르트주의자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노무현은 그 목표를 위해 모든 계급을 대표하겠다고 했다. 물론 그것은 언제나 실패할 운명이다. 나폴레옹도 못했는데 루이 보나파르트 따위가 할 수 있을 리 없다. 반면 이명박은 어떤 계급도 대표하지 않겠다는 제스쳐를 끊임없이 보여주었다. 그럴 수 있는 자는 딱 두 부류다. 그 자신이 초월적 표상으로 존재하는 절대군주이거나 아니면 인지능력 결핍자, 다시말해 단순한 멍청이다.
"..국민국가와 정복정책의 내적 모순은 나폴레옹의 장대한 꿈의 좌절로 백일하에 드러났다."
-한나 아렌트, <전체주의의 기원> 270~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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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렴(국민통합)과 발산(동북아중심국가)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야심을 공공연히 표명한 최초의 대통령은 노무현이었고, 그 사실만으로도 그는 보나파르트주의자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노무현은 그 목표를 위해 모든 계급을 대표하겠다고 했다. 물론 그것은 언제나 실패할 운명이다. 나폴레옹도 못했는데 루이 보나파르트 따위가 할 수 있을 리 없다. 반면 이명박은 어떤 계급도 대표하지 않겠다는 제스쳐를 끊임없이 보여주었다. 그럴 수 있는 자는 딱 두 부류다. 그 자신이 초월적 표상으로 존재하는 절대군주이거나 아니면 인지능력 결핍자, 다시말해 단순한 멍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