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 18. 00:36

금과옥조

이건희 일당 10명이 모두 불구속 처리됐다. 대한민국 검찰은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집어넣을 수 있어도, 재벌총수는 구속조차 하지 못한다. 이것이 노무현이 그렇게 강조하던 '검찰독립'의 결과다. 오늘을 기억해야 한다. 21세기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단 하나의 금과옥조가 확인된 날이므로.
"정치권력은 헌법 아래 있고, 경제권력은 헌법 위에 있다."
2008. 4. 13. 00:48

20대 투표율, 그 '낚시'의 이면

재미있는 사건이다. 총선 직후 "18대 총선에서 20대의 투표율이 19.2%였다"라는 이야기가 급속히 유통되면서 '투표 안하는 20대 한심하다? 인터넷 논쟁중'이라는 기사가 <오마이뉴스> 메인에까지 올라왔다. 아래는 해당기사에서 무단으로 퍼온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부터 밝혀두자면, '20대 투표율 19.2%설'은 근거 없는 낭설이었다. 18대 총선의 연령대별 투표율은 공식적으로 발표된 적이 한번도 없었고, 매체에 기사화된 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 투표율을 놓고 큰 논쟁이 벌어졌던 셈이다.

재수없게도 우석훈 박사 역시 낚여버렸다. http://retired.tistory.com/12 

게다가 <경향신문>의 좌담에서 언급하는 바람에 그만 그 수치가 기사 타이틀이 되고 말았다. '20대 투표율 19%는 대의정치 심각한 위기'라는 제목의 기사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04101824195&code=910113

우박사 블로그에 달린 어느 댓글에 따르면 20대 투표율 19.2% 설의 진원지가 나온다. 물론 이곳이 최초의 진원지인지는 확실치 않다.

" 제가 알기로 19%(정확히는 19.2%)란 숫자의 출처는 이곳이고 (현재 비공개 되어 있습니다)
http://seirion.com/82
(다만 작성일이 4월 10일로 되어있는 점은 의문입니다. 수정한 시간이리라 생각합니다만..) 이 숫자에 대한 뜨거운 반응에 대한 작성자의 글이 이렇게 올라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http://seirion.com/83 "


단순한 착오에서 벌어진 해프닝이라 치부해버릴 수 있겠지만, 과연 그럴까. 나는 이것이 이유 있는 해프닝이었다고 본다.

먼저, 통계수치나 퍼센티지는 일종의 후광효과를 발생시킨다는 것.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그 효과는 훈련된 학자에게도 예외없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 숫자 자체가 객관성의 표징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경제관료들이 숫자를 가지고 그렇게 장난을 쳐대는 이유다.

그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20대 보수화'라는 담론이 이미 한국사회에서 부정할 수 없는 상식, 다시말해 프레임으로 자리잡았다는 데 있다. 일단 하나의 프레임이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관련된 근거들은 정합성과 별로 상관없이 그 프레임에 맞춰 재배치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기서의 '20대 보수화'는 명료하게 정의된 것이 아니다. 이것은 "20대는 무뇌아다""20대는 싸가지가 없다""20대는 이기적이다" 등등의 유사명제들로 이뤄진, 모호하지만 놀랍도록 질기고 튼튼한 인식의 그물망 전체를 의미한다.

즉, '20대 투표율 19.2%설'에 낚인 사람들은 유달리  멍청해서가 아니라, 총선 이전에 이미 20대 보수화라는 인식의 그물에 (긍정이든 부정이든 상관없다) 포획당한 사람들인 것이다. 그러니 19.2%라는 수치가 주어지자 마자 덥썩 낚일 수밖에. 나는 20대들을 보수로 낙인찍는 것이 기성세대의 마스터베이션에 불과하며 우리가 봉착한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데에는 별로 쓸모가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 내용을 담은 글을 쓰기도 했다.
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82

그러므로 20대 투표율을 둘러싼 이번의 웃지못할 사태는  더욱 의미심장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아노미 상태에 빠진 386 등 기성세대, 그리고 이른바 범개혁세력의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가 아닐까. 그들은 "세상이 요 모양 요꼴이 된 건 우리 탓이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말은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세상이 요모양 요꼴이 된 진정한 이유가 그런 사고방식 때문이라는 어떤 진실을 폭로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