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먼데 가서 커피 마셨다. 무려 강릉.
얼마 전에 여친사마께서 dslr 질러주셨고, 내가 단렌즈 하나를 진상했던 터라, 당연히 카메라도 들고 갔다. 카메라 소유권은 여친께 있으나, 보관권은 나에게 있으므로, 내킬 때 출사를 다닐 수 있게 됐다. ㅋㅋ 기종은 무난하게 캐논 450D. 렌즈는 캐논 35mm f2. 일명 사무캅이라 불리는 렌즈인데, 가격대 성능이 정말 킹왕짱이라능. 작은 바디에 물려놓으니 정말 딱이다. 원래 배두나가 들고 다닌다는 35mm f1.4L 렌즈('럭셔리의 L렌즈'!)를 한 번 써 보고 뻑이 가서 미친 척하고 지르려 했으나, 구입 직전 다음을 기약. (까막눈인 내가 봐도 일명 '사무엘'이라 불리는 그 L렌즈, 참 눈물나게 감동적인 화질이었고, 피눈물나게 비쌌다.) 친한 선배네 부부와 동행했는데, 선배의 남편이 광고사진 등으로 밥 먹고사는 '프로'였기 때문에 이것저것 많이 가르쳐주셨다. 차에는 5d와 L렌즈가 막 굴러다닌다... 제대로 광고사진을 만들 때는 왜곡을 최소화는 핫셀블라드 같은 중형카메라로 찍는다고 한다. 가격이 내가 사는 집 전세가격에 육박한다. ㅎㄷㄷ뭐, 나와는 무관한 세계 이야기다. 이날 형에게 피사계심도와 화이트밸런스의 개념과 예시를 일목요연하게 듣고 보면서, "오오오!" 쌩초보가 이렇게 L렌즈 만지작거리며 사진 배우면 버릇 나빠지는데...
커피를 마신 곳은 한국 커피문화의 산 증인이자, 소위 일본유학파의 거두 중 한 명인 박이추 씨가 운영하는 보헤미안이다. 하와이언 코나를 마셨는데, 명불허전. 정말 정성스런 핸드드립이 뭔지 보여줬다. 사실 커피 마시려고 강릉까지 간 것은 아니었으나, 그 먼 길이 보상되고도 남는 맛이었다. 보헤미안 뒷편에는 바로 해변인데, 그곳에서 해가 저물 때까지 사진찍기 놀이와 사진찍기 강좌가 벌어졌다. 그러고보니 이 부부와 우리의 인연도 참 징하다 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