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4. 01:14

주대환 아저씨, 그런데서 주무시면 얼어 죽어요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9/01/2008090101462.html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10842


<조선일보> 류근일이 글 하나를 통째로 할애해 어떤 정치인을 칭찬하는 건 보기 드문 일이다. 그 대상이 진보정당의 전 정책위 의장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류근일이 진짜 겨냥한 건 친북좌파들이며 주대환은 단지 같은 레퍼토리의 반복을 위한 하나의 새로운 소재였을 뿐이라 할지라도 이 사건의 예외적 성격은 달라지지 않는다.

뉴라이트 혹은 전향 주사파들의 매체인 <시대정신>에 글을 실은 것이 치열한 논쟁을 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고려인지, 아니면 정말로 (주대환이 말하는) "뉴레프트"와 건강한 경쟁을 해야할 상대로 뉴라이트를 인정해서인지, 잘 모르겠다. 분명한 사실은, 그 어느 쪽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겠다.

생산적 논쟁을 끌어내기엔 주대환의 주장은 너무 뭉툭하다. 늘 하던, 사민주의의 당위성에 대한 지겨운 반복이다. 뉴라이트를 경쟁 파트너로 인정해서라면, 그가 주장하는 사민주의가 반북-반김정일이라는 가치에서 뉴라이트와 일맥상통한다는 점을 주장할 게 아니라 국가의 발전전략에 있어 '뉴레프트'는 '뉴라이트'와 어떻게 다른지에 더 집중했어야 했다. 자본주의 국가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꾀한다는 점에서 사민주의와 뉴라이트는 대전제에서 일치하고 있으니 남은 건 누구의 전략이 더 설득력이 있는가일 뿐이다. 더구나 '세계의 화약고'인 동북아의 휴전국이 상대국을 절대악으로 규정하고서 사민주의를 한다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다. 북을 그렇게 규정하고 '사고정지'해버리는 교조적 사회주의자들에 맞서야하는 게 바로 이 땅의 사민주의자의 운명이 아닌가.

그런데 주대환의 글에서 그런 고민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그저 NL과 PD의 시대착오성을 고발하는데 숨이 가쁘다. 주대환의 사민주의에 대한 장광설을 류근일같은 이는 어떻게 파악하는가.
"대한민국은 독립운동 시절부터의 광범한 합의라 할 수 있는 토지개혁을 실천하여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만큼 평등한 사회경제적 토대 위에 건국된 위대한 나라이며, 결코 세계사에서 뒤떨어졌다고 볼 수 없이 보통선거권을 실시한 현대 민주주의 국가였다."

류근일에게는 바로 이 부분을 제외하고 주대환의 글은 백지나 다름 없었던 것이다. 나같은 사람은 물론 촛불집회 일정 고지했다고 사람을 잡아넣는 국가의 정통성 따위 인정하지 않는다. 당연히 북조선에도 정통성 따윈 없다. 반식민투쟁의 정통성? 웃기지 마시라. 식민지 시절에도 지금 북조선처럼 사람이 굶어죽진 않았다. 만약 어떤 사회에 정통성이라는 게 있다면 그건 발생론적인 게 아니라, 그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로 판가름 나는 것일게다.

주대환이 진짜 사민주의자라면 국가의 정통성을 토지개혁이나 보통선거권과 같은 정태적-학적 개념에서 찾아선 안된다. 이건 뉴라이트의 프레임에 말려드는 거다. 사민주의는 국가의 정통성을 출발점이 아니라 목표의  하나로 삼아야 한다. 그렇게 '논증하기보다 실천하는' 것이 바로 서구에서 만들어낸 사민주의의 장점이었고, 아직까지 생명력을 갖고 있는 이유다.

한 마디로 잘못된 장소에 잘못된 글이 배달됐다. 이럴 때 보통 희극이 발생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목이 메인다. 주대환 아저씨가 여기저기서 왕따당하고 힘든 거 나도 조금은 알고 있다. 하지만 아저씨, 그렇다고 그런데서 주무시면 얼어죽어요.


*주대환이 변절 테크트리 타기 시작했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켜보면 알 터, 미리부터 멍석 까는 건 온당치 않다. 욕한다고 변절할 인간이 변절 안하는 것은 아닌데, 욕 너무 먹으면 변절 안할 인간도 변절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