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15. 16:52

<추노>


<다모>가 대단한 건, 패러다임을 바꿨기 때문이다. 패러다임 쉬프팅의 첫째는 비주얼이고, 둘째는 소재였다. 그리고 '청출어람'이라 할만한 물건이 얼마전에 방영을 시작했다. <추노>다.  첫회부터 몰입도가 장난이 아니었는데 무엇보다 경악한 건 조명이다. '빛'의 사용이 여태껏 봤던 어떤 사극과도 차별화된다. 궁궐도, 여염집도, 종놈집도 스튜디오처럼 휘영청 밝은 기존 사극들의 조명과는 그야말로 레벨이 다르다(반면 과한 색대비와 슬로우모션의 남발은 거슬린다). 저잣거리의 대화들은 해학과 기지가 넘친다. 헐벗고 나온 남자배우들의 복근과 액션씬보다 더 쫄깃한 건 글자그대로 '상것들의 오랄액션'이다. 새끼꼬던 노비들이 양반들 모가지 따버릴 궁리를 하던 씬은, 황석영의 <장길산>을 방불한다. 4회까지 나왔는데 지금까진 거의 결점이 보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최근 몇년간 방영된 사극 중 최악이었던 건 <선덕여왕>이었다. 드라마가 시작하자마자 등장인물들이 어설픈 정치철학을 주절주절 늘어놓기 시작하는데, 그게 점점 심해지다가 막판에 가선 거의 대사만으로 정치적 사건을 '설명'하고 '해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게 자의식을 노출하느니 차라리 작가가 직접 마이크들고 해설하는게 낫지 않을까하고 생각했을 정도다. 사극 뿐이랴. 모든 창작자들이 경계해야할 일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