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3. 16:39

담론전략에 관한 메모


http://capcold.net/blog/5063

*댓글참고.

몇 가지 더 메모해둘 게 있다. 담론전략의 중요성을 깨닫고 적절한 담론을 만들어 내려는 태도와, 어떤 사안의 성공과 실패를 담론전략의 성공과 실패로 환원시키는 태도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후자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개별 사안에 마주칠 때마다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사회적-이념적 실천들 중에서 담론전략이 어느 정도의 위치와 비중을 차지해야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중-단기적 이슈에 한해, 다음의 규칙들이 적용되는 듯 하다.

1. 담론전략의 적확한 활용이 엄청난 효과를 불러오는 분야(field)가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분야가 있고 유리한 담론 자체를 생산하기 어려운 분야도 존재할 수 있다. 즉, 우리는 담론전략을 일반이론화하려는 욕망을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2. 또 한가지 명심해야 하는 건, 새로운 담론전략보다 '새로운 팩트의 출현'이 대체로 더 크리티컬한 요소라는 점이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어떤 사회적 사건에서 국면이 크게 반전된 건 새로운 팩트가 발견되었기 때문이지 새로운 담론전략이 출현해서가 아니다.

3. '담론전략'과 '새로운 팩트'보다 더 크리티컬한 것은 물론 '물질적 이해관계'다.  그러나 이것은 추상적 이해관계, 즉 계급적 이해관계와는 다른 것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눈에 보이고 손에 당장 잡히는 이해관계, 직접적 이해관계다. 물론 아주 오랜 기간 관찰하면 계급적 이해관계로 차츰 수렴되는 경향을 보일 수 있겠지만, 중단기적으로는 계급 이해를 배반하는 선택이 계급 이해에 따른 선택을 압도하는 상황이 훨씬 더 흔하게 벌어진다.

4. 직접적 이해관계에 필적할 정도로, 아니 때로 그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감성을 직접 공략하는 이미지들이다. 인물의 예를 들자면 적당한 신파가 섞인 성공담,  빼어난 외모, 지적인 분위기, 서민적인 친근감 같은 것들이다(ceteris paribus).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이미지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다."  또한 그런 강력한 이미지들이 담론의 프레임을 구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