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20. 15:59

메이데이, 그리고 현장

어제 '다중지성의 공간' 강의를 끝으로 각종 포럼이나 강연일정을 모두 캔슬하거나 거절했다. 4월 마지막주부터는 메이데이 주간이다. 다시 불안정노동의 현장에 내려간다. 지난번 '미행' 프로젝트에서 첫타자로 동희오토에 다녀왔는데, 이번에도 내가 첫 타자다. 지금 시작하는 프로젝트의 별칭은 '질주'다.  전국의 불안정노동 투쟁사업장을 순회하는 긴 여정이라고 한다. 여전히 마음은 무겁다. 이번에는 또 얼마나 참담한 풍경들을 보게 될까. 그리고 나는 또 얼마나 무력감을 느껴야 할까. 그럼에도 가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88만원 세대의 문제는 다름아닌 우리 모두가 처한 삶의 불안정성, 바로 그것이라는 사실을 한 사람에게라도 더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노동문제의 '현장'은 더이상 공장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제는 공장만 취재해서는 노동문제의 전모를 전혀 알 수가 없다. 산업구조의 신자유주의적 변화는 이미 한국의 대도시를 그 자체로 거대한 노동문제의 현장으로 변모시켰다. 우리 삶의 모든 공간은 현장이 되었다. 따라서 지역의 현장에 내려가는 일의 목표는 단순히 주변부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중심부의 양식있는 시민들에게 고발하는 것에 그쳐선 안된다. 이제 현장으로 내려가는 일은 역설적인 무엇이 된다. 현장이라는 단어가 주는 거리감, 소격효과를 허물어뜨리는 것. 저 먼 곳에 있는 공장에서 벌어지는 일이 우리의 일상이라는 사실을 더 철저히 깨닫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