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1. 15:29

20대는 어디서 싸워야 하는가


대졸초임삭감은 그동안 지긋지긋하게 반복된 '20대 죽이기'의 수많은 사례 중 하나다. 이에 맞서겠다 마음먹은 20대는 어디에서 싸워야 하는가. 전경련? 국회? 청와대? 아니다. 민주노총이다. 자본주의가 끝장나기 전까지, 계급투쟁을 해야 한다는 명제는 언제 어디서나 옳다. 그러나 그것이 '계급간투쟁'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계급투쟁의 대부분은 사실 내부에서 자신의 몫과 자리를 요구하는 계급내부투쟁이며, 그런 '교통정리'가 선행되지 않는 계급간투쟁은 시작할 것도 없이 분열과 패배를 뜻한다.

현재 한국의 조직된 노동계급은 부르주아와 일대결전을 벌일 역량도 의지도 없다. 한편 한국의 부르주아는 이 거대하고 급박한 위기국면에서 유례없이 살벌한 생존경쟁을 벌이느라 정신이 없다. 도무지 계급간투쟁 씩이나 할만한 상황이 아닌 것이다. 20대 몇몇이 전경련 앞에 가서 항의해봐야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남루한 미래가 거의 확정된 이들 '불안정노동 예비군'이 어딘가에 '드러누워야' 한다면, 그 장소는 민주노총이어야 한다. 그곳에 드러누워 노래를 부르고, 함성을 지르고, 반성과 실천을 요구하고, 자신의 몫을 주장해야 한다.

한국의 20대는, 실제로 그들 중 상당수가 자신이 노동자가 아닌 CEO가 될거라 야무지게 착각하고 있더라도, 예비노동자의 미래를 깡그리 파괴하는 상황 앞에 한없이 무기력한 조직노동자들의 대표집단에 그런 요구를 할 권리가 있다. 아무리 그 요구와 주장이 순진할지라도, 그 행위 자체가 한국사회라는 맥락 속에서  커다란 상징효과를 연출하며 돌이킬 수 없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다.

또한 민주노총은 20대의 그런 행동을 완전히 외면하기 어렵다. 아직은 그런 감수성과 인식이 다소나마 남아있는 조직이기도 하거니와 민주노총 입장에서도 지금처럼 철저히 무시와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보다 차라리 20대에게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게 훨씬 낫기 때문이다. 나아가 20대의 설익은, 그러나 처절한 절규를 정말로 끌어안을 수 있다면 민주노총은 마지막 회생의 기회를 붙잡을 수도 있을테다. 그러니 이것은 단순한 적대가 아니라 '상생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