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24. 12:37

개인적 인격과 사회적 인격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newspickup_section/322990.html


-취재를 30년 넘게 해오셨는데 가장 어려웠던 때는 언제였습니까?

“만나서 취재하고 싶은 대상이 있으면 편지를 썼습니다. 전쟁 중 뭘 생각했는가, 무엇이 옳다고 판단했는가 물었습니다. 큰 언론사 기자면 바로 만났겠지만 아무 직함이 없어 만나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A급 전범들은 여러차례 만나니 ‘실은 그 때 말이지’라고 본심을 털어놓았습니다. 아무 직책도 없는 서른살짜리 저를 왜 만났는지 생각해보면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을 만나면서 개인적으로 보면 좋은 할아버지들이 조직을 움직일 때는 왜 그렇게 터무니없는 명령으로 많은 사람을 죽게 했을까 의문이 많이 들었습니다. 가미카제 자살 특공대 명령을 내린 한 육군 참모는 왜 특공(자폭) 명령을 내렸냐고 물었더니 ‘특공은 선구적이다. 특공은 컴퓨터를 이용하는 중거리탄도미사일의 전단계다’라고 대답해 달려들어 때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습니다. 좋은 할아버지였던 그 사람에게 인간의 이면성을 실감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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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렇다. 반면, 개인적 관계를 모조리 파탄내고 착취하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올바른 일을 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취재현장에서는 '개인적 인격과 사회적 인격은 별개'라는 상식을 싫어도 깨닫게 된다. 그런데 단지  '사회적으로 올바르기만 하면' 그걸로 된 것일까.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자유주의적 전통 하에서는 그래도 별 상관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개인적 인격과 사회적 인격의 괴리를 극대화시키고야마는 어떤 구조가 실은 더 근본적인 차원에 놓여있는 문제이며, 이 봉합불가능한 균열을 탐구하는 것이 바로 정신분석학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진보'는, 단순히 사회적으로 올바른 일의 추구를 넘어서 개인적 인격과 사회적 인격의 균열을 최대한 좁히기 위한 끝없는 시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