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 22. 01:43

동네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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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고향에 다녀왔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내 유년의 동네로 마실을 나갔다. 지금의 집에서 버스로 한참이나 가야하는 곳이다. 참, 눈부시게 빛나는 봄날이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여섯 살 무렵  삼촌이 찍어준 사진에는 커다란 머리통을 갸우뚱 누인 채 골목을 내달리는 나의 모습이 담겨 있다. 뒷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뛰어라, 우리 조카! 세상 끝까지 달려가려무나." 하지만 '세상의 끝'이 있었던 골목엔 황당할 정도로 거대한 종합스포츠센터가 들어섰고 다방구를 하던 공터는 아파트가 됐다. 사실은 그곳이 공터였는지 확실하지 않다. 내가 제대로 찾아왔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나의 동네는 낯설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 서 있는데, 사진 속의 골목에서 튀어나온 듯한 남자아이가 방긋 웃으며 다가와, "안녕하세요? 어디 가시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그 눈망울이 너무 천진하고 예뻐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무릎을 굽혀 말을 걸려는데, 누나가 거칠게 남자아이를 낚아챘다. "너 아무한테나 인사하지 말랬지?" 총총 사라지는 남매의 등을 보며, 나는 다시 울적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