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8. 04:31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동희오토에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폭력적인 구사대도, 검은 군복을 입은 공장경비도, 자본을 비호하기 위해 아침부터 바지런을 떨며 출동하는 경찰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부르는 노래, 팔뚝질, 출근선전전의 풍경 마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이 막막한 기시감이라니. 풋내기 기자로 전국의 공장을 떠돌던 5년 전의 나에게 비정규 노동자들이 싸우는 현장은 냄새로 기억되고 있다. 피냄새, 그리고 향냄새다. 한달이 멀다하고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던 시절이다. 변한 것은 얼굴 뿐이다. 변하지 않은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아니 더 철저하게 다음 세대로 대물림되었다. 젊다못해 앳된 해고노동자의 말간 웃음을 보니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다시금 깨닫는다. 내가 20대일 때 만났던 그 많은 비정규 노동자들 역시 20대였다는 사실을. 그들과 조우했기에 비로소 내가 88만원 세대라는 단어를 만들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김승옥의 소설에서 튀어나온 듯한 안개는 '꿈의 공장'을 온통 뒤덮고 있었다. 군대에 다시 끌려가는 꿈을 꾸면 이런 기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