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0. 2. 00:49

시밤

요 며칠 34권의 책을 사들였다. 이런 금욕적인 지름은 처음이다. 모든 책이 쾌락이 아니라 필요에 따른 것이니, '금욕적 지름'이란 형용모순이 적당하다. 몇달 전 직장에서 집필자료용으로 하루에 책을 수십권씩 사곤 할 때는 참 좋았다. 당연하다. 내 돈이 아니라 정부돈이었으니까(청와대 돈이었나? 뭐 아무튼). 법인카드랑 초대형 쇼핑백 두개를 들고가서는, 은행강도가 은행돈 쓸어담듯 책들을 퍼담았다. 쵸큼 짜릿했다. -_-  그나저나 앞으로 또 얼마나 더 책을 사야할지 감도 안온다. 적어도 하루에 두 권 정도 정독을 하리라 마음 먹었는데 책 읽는 시간을 따로 정해놓지 않으면 쌓이는 속도를 읽는 속도가 영영 따라잡을 수 없다. 갈수록 높아지는 도서탑을 보고있자니 식은땀이 난다. 인세로 받은 돈을 책 구입에 다시 꼴아박아야 하는 내 신세. 시밤, 전생에 책이랑 무슨 원수를 졌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