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21. 02:40

한국적 평등주의

한국의 부자 대다수가 "평등주의 근성이 나라를 망친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나라 망친다는 건, 자기가 망한다는 의미다. (원래 어느 나라나 부르주아는 이렇게 '보편적 언어'를 구사한다.) 그러나 주의깊은 부자라면 결코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적 평등주의야'말로 그들의 가장 강력한 방패라는 사실을 깨달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반적 의미에서 평등주의는 "너무 많이, 혹은 너무 적게 갖는 건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적 평등주의는 "나도 부자가 되어야 한다"이다. (자매품 "내 새끼도 서울대 가야 한다"와 "나도 MBA 따야 한다" 등이 있다.) 즉, 일반적 평등주의는 '사회 전체의 비대칭'을 문제삼고, 한국적 평등주의는 '부자와 나의 비대칭'만 문제삼는다. 전자의 입장에 서면 필연적으로 부자가 가진 것을 일정 부분 빼앗아올 수밖에 없다. 그래야 못 가진 자들에게 분배할 테니까. 그러나 후자의 입장에 서면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없다. 부자들의 것을 빼앗는 것은 곧 자신의 숭고한 목적을 훼손하는 짓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한국적 평등주의는 부자가 되기 위해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한 사람을 수탈하는 상황을 야기하고, 부자들에게는 어떤 위험도 초래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게 바로 이것, 한국적 평등주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