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9. 20:28

La St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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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타세콰이어 가로숫길.


지인들과 1박2일의 자전거여행을 다녀왔다. 고속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광주로, 광주에서부터는 자전거를 타고 담양으로 갔다. 소쇄원 부근에서 하루를 묵고 이튿날은 내내 자전거를 타고 담양투어를 했다. 이번 여행은 자전거여행에 방점이 있었지만 본격 남도 한정식을 맛본다는 야심찬 '맛집기행'이기도 했다. 허나, 결국은 동행한 추천인의 굴욕으로 마무리.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으나, 한 마디로 '돈지랄'이었다. 가슴 미어지는 이야기라 자세한 코멘트는 생략.

속도감을 한껏 즐기기엔 여의치않은 상황이었지만, 자전거를 즐기기엔 충분했다. 모든 생물을 절멸시키며 점과 점을 직선으로 잇는 고속국도  대신에, 우리가 택한 길은 한적하다못해 적막한 지방도로였다. 아마 20년 전엔 이 길이 옆 동네 김씨가 야반도주했던 신작로였으리라. 그러나 이젠 더이상 자동차를 위한 길이 아니다. 야만적 근대화조차 아련한 추억으로 만드는 세월의 힘, 그리고 자본의 속도에 문득 소스라친다. 구불구불 이어진 길가에는 코스모스가 피어있고, 아직은 파릇한 논들이 시원하게 눈을 씻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람, 그 시원한 바람.

자전거를 타본 사람들은 알 게다. 고통의 오르막 뒤엔 반드시 쾌락의 내리막이 있다는 것을. 세찬 바람의 화살에 세포 하나하나를 관통당하는 그 느낌은, 비록 단 한번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육체에 각인되고 만다. 자전거여행은, 그것을 육체 뿐만 아니라 영혼 깊숙이 새겨넣는다. 땀투성이에, 때로 짜증이 솟구치지만, 사람들이 자전거여행을 끊임없이 떠나는 이유는 바로 그런 게 아닐까. 이번 여행에서 딱 하나 아쉬운 점은 카메라를 가져가지 못했다는 것. 위의 사진도 폰카로 찍은 거라 참 거시기하다. 다음 번에는 카메라 하나만큼은 꼭 챙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