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29. 02:57

'윈도우 커넥션'의 등장

이회창과 문국현이 교섭단체 결성을 합의했고 공동기자회견도 했다. 작년말부터 흘러나오던 '창-문 커넥션'의 실체가 드디어 드러난 셈이다. 문국현에 대해 실망을 넘어 절망했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두 사람은 그럴 이유가 충분히 있다. 물론 이건 정치적 이해관계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경제를 바라보는 큰 시각에서 둘은 공통점이 있었고 그 공통분모를 정치적 연대로 실현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지지할 수는 없지만, 납득할 수 있는 결합이며 심지어 한국정치 전체를 보았을 때 일종의 계몽적 효과마저 낼 수 있다.

노파심으로 적어둔다. 문국현의 "사람이 희망이다"에서 노동가치론 혹은 좌파적 성향을 추출해내는 것은, 이를테면 이회창의 "돈이면 다인줄 아느냐"에서 공산당선언을 연역해내는 것만큼이나 황당무계한 망상이다. 둘의 결합은 반신자유주의 연대가 좌파들 사이에서만 가능한 게 아니라는 평범한 진실을 확인시켜줄 따름이다.

신자유주의는 보수주의와 다르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신자유주의는 제대로 정의하기 곤란한 개념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이게 급진주의적 혁명사상이란 거다. 프롤레타리아트가 '한때 혁명적'이었다면 자본은 그 자체로, 또한 항상 혁명적이다. 신자유주의는 이 자본혁명의 속도를 높여 영속화 하겠다는 야심만만한 주장이다. 자본운동에서 마찰계수가 제로(0)가 되는 상태야말로 신자유주의의 꿈이다. 한 마디로 자본의 영구혁명론이다. 이회창과 문국현은 공히 혁명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공저로 <혁명에 반대한다>를 내놓으면 대박나지 않을까.)

다들 문국현을 중심에 놓고서 이 결합을 비난한다. 하지만 한번 이회창을 중심으로 생각해보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이회창은 보수가 어떠해야 하는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알고 있다. 조중동같은 잡스런 것들에서 절대 느낄 수 없는 논리적 일관성을 보이면서도 실리를 놓치지 않았다. 이 영감님, 예전에 우리가 알던 사람이 아니다. 문국현을 파트너로 택했다는 데서 나는, 한국의 이른바 '보수'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느낀다. 이 결합은 지금 비록 엄청난 이슈는 아닐지 몰라도, 앞으로 점점 더 큰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 두고봐야 알겠지만, 창과 문이 서로의 단점을 지워나가는 시너지를 일으킨다면 몰락하는 뉴라이트-MB 커넥션 쯤은 단번에 대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