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24. 14:21

4년 관심사의 일단락

<지금, 여기의 극우주의>가 조금씩 반향을 일으키나보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다. 어마어마한 판매량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이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은 누구나 비슷할 것 같다. 


한국의 극우주의 연구, 내 스스로 '네오 라이트 연구'라고 이름붙인 이 과제는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엔 일베는커녕 넷우익이라는 말조차 생경했던 시절이다. 대학원 수업의 텀 페이퍼로 나는 '한국 반이주노동자 커뮤니티의 담론분석'을 제출했고 제법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점수가 아니라 연구주제의 발굴이라는 면에서 말이다. 


그때 처음 사용한 말이 바로 '네오 라이트 Neo-Right'였다. 그것은 과거의 친일/친미 성향의 기득권 우파들(old-right), 관변세력화한 지식인 중심의 뉴라이트(new-right)와 전혀 다른 우파의 등장을 가리키기 위해 만들어낸 개념이었다. 무엇보다 극우주의라는 이슈는 내 30대 중반기를 지배해온 '사회적 적대의 재구성'이라는 더 큰 문제의식의 하위 주제였다.


이후 일베가 등장하면서 마치 새로운 넷우익이자 넷우익의 유일한 대표격으로 사람들이 인식하게 됐지만 일베를 욕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일베를 혐오물질 또는 괴물로 생각했기에 사유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물론 일베에 대한 분석으로 나온 글과 책이 간혹 있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것은 사회현상의 분석이라 보기엔 민망한 수준의, 전혀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었다. 


사회현상의 특이성에 매몰되어 오히려 그 현상이 가지는 의미가 제대로 이해되고 해석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베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한다. 일베가 처음 등장했을 때, 나는 즉각 반이주노동자 커뮤니티를 떠올렸고, 이후에 일본의 재특회를 주요한 참조대상으로 끌어왔다. 비슷하면서 전혀 다른 그 각각의 극우주의들을 교직하고 대조하는 과정에서 일베의 특이성은 내가 미처 예측하지 못한 지점에서 출현했고, 나는 그에 대한 대답을 네트워크 주체론에서 찾았다. 물론 다른 이들은 또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었을 게다.


2010년 반이주노동자 커뮤니티 분석에서 시작된 개인적인 프로젝트는 2012년 <우파의 불만>(공저)이라는 책으로 빛을 보게 되었다. 2013년 얼개를 완성했던 일베 담론분석은 2014년 11월 <지금, 여기의 극우주의>(공저)로 출간됐다. 이로써 한국의 주요 넷우익에 관한 담론분석은 대충 일단락되었다. 다시 밀린 숙제들을 하러 가야겠다... 


덧.


<미디어스> 한윤형 기자, 그리고 <한겨레> 최원형 기자가 <지금, 여기의 극우주의> 서평을 잘 써주셨다. 링크를 걸어둔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477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6548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