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1. 23:04

최장집 선생


어제 열린 비판사회학대회에서 최장집 선생의 육성강연을 오랜만에 들었다. 나는 세션 13의 발제를 맡아서 참가했는데, 대학생이나 일반인들을 상대로 강연하다가 교수님들 앞에서 발표를 하려니 영 어색했다. 특히 어느 좌파 노교수님께선 시간이 끝났다는데도 질문 5개를 폭탄드랍하는 바람에 아주 진땀을 뺐다.

흥미로웠던 건 그게 아니라 최장집 선생의 강연내용이었다. '한국의 진보적 지식인 사회와 지식인의 변형'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10년의 개혁정권 하의 이른바 진보개혁 지식인들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비록 날이 아주 시퍼렇게 벼려진 비판은 아니었지만, '역시 최장집 선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의성 있는 지적이었다. 

개인적인 수확이라면, 촛불시위 당시에 최장집 선생의 발언에 내가 왜 그렇게 열이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좀더 선명히 알 수 있게 됐다는 거다. 강연 이후 이어진 질문에 대한 답변 중에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민주주의가 할 수 있는 맥시멈은 자본주의의 폐해를 제어하는 것이다.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것, 그런 기획을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가지고 하기는 불가능하다."

저 문장 속에 모든 게 담겨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선생의 이런 최소주의적 규정에 내가 결코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당시에 그렇게 반발했던 게다. 결국, 여전히 문제는 민주주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