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8. 16:32

생존보고


여름내 노느라, 그리고 이런저런 개인적인 일들 때문에 글을 거의 쓰지 못했다. 기자질까지 포함하면 글 써서 먹고 산지 7년인데, 글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금단증상이 있다거나 우울하진 않다. 어쩌다보니 담배와 블로그를 거의 동시에 끊었는데 담배를 못피워서, 글을 못써서 우울할 이유는 별로 없다. 내 경험상 오히려 "글쓰기는 내 존재의 이유" "글을 못쓰면 난 죽을 것 같애" 따위의 발언을 하는 인간과는 아예 상종을 않는 게 좋다. 십중팔구 '사짜'이거나 '환자'다. 요즘 특히 블로그하며 점점 환자가 되어가는 인간들이 많이 보인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일들까지 시시콜콜, 내장 깊숙한 악취까지 꾹꾹 쥐어짜내어 인터넷에 흘려보낸다. 그러지 않으면 불안해서 못견디는 거다. 솔직함을 가장한 저 눈먼 폭력들... 손바닥만한 블로고스피어 혹은 '진보개혁' 진영에서 고만고만한 애들끼리 살벌하게 나와바리 싸움하는 걸 보고 있노라면 측은하고 서글프다(어디 애들 뿐이랴). 모름지기 고기 한번 제대로 못 먹어본 애들일수록 쏘세지 한두 개에 목숨거는 법이다. 어쨌든 이 블로그에 가끔이나마 들러주시는 지인들, 친구들, 익명의 히치하이커들을 위해서 내가 살아 있다고, 그것도 아주 잘 먹고 잘 살고 있다고, 블로그도 슬슬 재개할 작정이라고, 생존보고를 적어둔다.^^ (금연 이후 살이 너무 쪄서 올 봄에 산 스키니진이 안들어간다는 게 유일한 걱정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