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19. 00:29

김대중 전 대통령


거대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87년 체제의 주인은 노동계급이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또 오직 그런 의미에서만, 김대중이라는 정치인은 87년 체제의 산파이자 적자이며 첫 영웅이었다. 87년 체제의 마지막 영웅은-87년에는 결코 상상할 수 없었던 인물인- 노무현이다. 김대중은 국부, 다시말해 '아버지'라는 호칭이 그리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아버지-아들'의 유비만 존재했던 전후 한국의 부르주아 정치는, 김대중에 의해 비로소 '선생-도반'의 유비를 인정하게 되었다. 몇 달 새 87년 체제의 두 정치적 영웅이 연이어 세상을 떠났다. 마음 한구석이 허한 건 어쩔 수 없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