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14. 19:32

마지막 단락

최근 모처에 기고한 글 중 마지막 단락.  "뜨거워져라!" 라고 말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 늘 시리고 추워 뜨거워질 수 없었던 사람은 연탄재 한번쯤 발로 찰 권리도 없는 걸까. 요즘 이곳이 방치되고 있는데, 애초에 북적대던 곳도 뜨겁던 곳도 아니었기에 이렇게 시들시들 말라죽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해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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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는 젊은 세대에 대한 사회적 응급조치를 통해 이러한 빈곤의 연쇄를 끊어야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사회의 붕괴를 막기 위한 윤리적 호소라는 점에서 보수적이지만, 새로운 정치적 저항의 주체를 요청한다는 점에서는 급진적이기도 하다. 청년빈곤 문제 혹은 88만원 세대 담론은 한 세대의 낙오와 탈락을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대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것이 20여 년을 관통하는 사회구조 변동의 산물이자, 모든 사회성원이 직면한 불안정노동 전면화의 한 단면이라는 사실을 환기할 때, 세대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것은 경제의 문제인가? 물론 그렇다. 그러나 경제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경제학이 말하는 ‘수요’는 구매력을 전제하며 따라서 구매력이 없는 자는 수요로 존재하지 않는다. 자본의 셈에 포함되지 못하는 인간, 몫 없는 인간, 낙오하고 탈락한 인간, 결국 아무도 아닌 저 수많은 사람들-우리를 어떻게 ‘셈’해야 하는가. 낙오와 탈락과 불평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순간, 비로소 우리는 우리 스스로 발 딛고 있는 이 세계가 아름답고 추상적이며 평평하고 매끈한 경제의 공간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곳은 정치의 들판, 윤리의 바다, 주체의 숲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