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8. 17:28

잡감 0508

-시험 전날은, 시험공부가 아닌 모든 게 마술처럼 재밌어진다. 평소에 그렇게나 읽기 고통스러웠던 조이스의 <율리시즈>를 시험 전날 빨려들어가듯 다 읽은 적도 있는데, 아침햇살이 막 쏟아져 들어오는 하숙방에 무릎을 꿇고 이렇게 중얼거린 듯 하다. "신이시여, 정녕 제가 이 책을 다 읽었단 말입니까!" 그대로 쓰러져 잠깐 눈을 붙였다 '참, 오늘 시험인데!'하는 생각에 화들짝 놀라 일어나지만, 창 밖은 이미 눈물과 회한의 붉은노을... 그날 있었던 모든 시험을 빵구내고 밤새도록 당구를 친 뒤 4연속 학사경고 달성. 요즘 해야할 작업들이 산더미인데 엉뚱한 책들에 자꾸 정신이 팔린다. 시험전날도 아닌데 증상이 비슷하다. 이거 뭔가 불길해.

-감성이 뾰족한 소년소녀, 자기가 그렇다고 착각한 소년소녀들(대부분 이쪽이겠다)이 문학을 택했던 꿈같은 시절이 있었다. 그 소년소녀들이 고다르와 트뤼포를 경배하며 영화를 택했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쉬크한 사회의식을 간지나게 드러내는 패션에디터, 혹은 파워블로그 굴리며 돈도 버는 트렌드세터. 레닌이 살아있다면 <이스크라>는 패션잡지가 됐을지도 모른다. 아, 그 전에 모발이식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