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26. 13:01

경향신문

경향신문이 망할 것 같다는 이야기는 계속 들어왔다. 얼마 전 기자들의 2월 급여액을 간접적으로 들었는데 쇼크였다. 미디어오늘 기사를 보니까 '대포광고' 실었다가 업체측의 항의를 받고 광고를 빼는 수모도 겪었다고 한다. 정권에 밉보일 수 있으니 공짜광고도 싫다는 거다. 경향신문이 진보적인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건 사실 얼마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몇년 전부터 진보적이라는 사람들이 "한겨레보다 경향이 낫다"고 할 때 한번도 동의한 적이 없다. 과거의 경향이 어떤 후진 기사를 써왔는지 알고 있기도 하거니와 짧은 기간 사이 논조의 진폭이 심한 매체는 좀 오래 지켜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매체의 신뢰성은 오랜 기간 축적된 일관성에서 나온다. 물론 사람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경향을 지켜볼 기회조차 박탈당할지 모르는 지금의 상황이다. 자기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매체가 중도에 쓰러지는 비극만큼은, 정말이지 보고싶지 않다. 경향에 특별히 애정이 있어서가 아니다. 진보적 목소리를 내던 시기의 경향을 읽으며 기자를 꿈꿨을 사람들이 있어서다. 촛불을 맨처음 들었던 소녀들이 경향신문에 기자로 들어가서 써낼 빛나는 기사들을 볼 기회가 영영 사라지는 것, 그것이 나는 무엇보다 두렵다. '싹수 있는 루키'들은 어느 시대, 어느 진영에나 희귀하다. 그들이 중요한 선택지 하나를 잃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큰 손실이다. 경향신문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자구책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하는데 이번 재정위기는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 혹독하다고 한다. 이미 자본잠식이 큰 상태이고 팔아치울 부동산도 없는 걸로 안다. 일간지 구독자 수가 늘어날수록, 그러니까 신문을 더 찍을수록 손해라고 한다. 살아남아줬으면 좋겠다. 내가 지금 믿는 건 '한국땅에서 중앙일간지는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부질없는 속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