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12. 08:57

촛불의 서울중심주의


<그대는 왜 촛불을 끄셨나요>가 출간됐다고 한다. 2008년을 달궜던 거대한 시위문화에 대해 찬양과 회고 이상의 성찰을 보여주려 한, 의미있는 기획이란 생각이다. 촛불집회에 대한 여러 가지 논점이 있을 수 있지만, 내 생각에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부분은 '촛불의 서울중심성'이다. 1987년 민주화항쟁에서 지방의 대도시 및 주요도시는 서울 이상의 격렬한 투쟁양상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2008년의 촛불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촛불의 서울중심성은 당시 이명박이 상황을 낙관하게 만든 핵심요인의 하나가 아니었나 한다. 결과적으로, '명박산성'으로 광화문을 고립시키는 작전이 성공했으니 말이다. 물론 지방에서도 크고작은 집회들이 많았지만 대부분 시민단체나 지역 운동권들이 조직한 것이었고, 서울과 같은 양상을 보이지는 않았다.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초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무관심에 가까웠다. 이것은 미국산 쇠고기라는 이슈의 특성 때문인가, 아니면 시위주체의 특성 때문인가. 그도 아니면 촛불집회라는 형식(비폭력과 평화시위에 대한 강박 등등) 때문인가. 촛불이 '중간계급적 저항'이란 규정에 나 역시 동의함에도, 그것이 어째서 이렇게 확연한 국지성을 띠게 되었는지에 대해 의외로 많은 이들이 주목하지 않는 것 같다. 지방에도 중간계급은 많은데 말이다. 따라서 촛불이 단순히 중간계급적 시위라는 규정은 불충분해 보인다. 촛불의 새로움은 중간계급적 저항이라는 점이 아니라 그 분열을 보여준 사건이라는 점에 있다. 촛불의 서울중심성은 중간계급 내부의 문화적-지역적 분절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굳이 비유하자면, 촛불의 에너지라는 것은 (중간계급의) 핵융합이 아닌 핵분열의 에너지가 아니었나 싶은 거다. 좀더 현장취재를 하고 분석해보면 흥미로운 지점들이 보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