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9. 22:02

블로그라는 이름의 자살도구


나는 여전히 블로그라는 것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것 하나만큼은 명확해 보인다. (블로그란) '함량미달의 먹물이 사회적으로 자살하는 최적의 도구'라는 것. 게시판 논객들이 설치던 시절에는 거친 논쟁을 통해 내상을 입은 논객이 자취를 감추는 식이었다. 간혹 잠수탔던 이가 내공을 증진해 복수전을 벌이거나 폼나게(혹은 겸연쩍게) 재기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 반면 블로그의 무서운 점은, 다른 누구도 아닌 블로거 자신의 글을 통해 자아가 붕괴하는 모습이 생중계된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댓글을 싹 지워버리기도 한다. 이래서야 재기조차 쉽지 않다. 게시판이 무협지라면 블로그는 사이코리얼리티드라마랄까. 게시판에 비해 블로그는 훨씬 사적이고 내밀한 공간인 반면 콘텐츠의 유통속도는 비할 바 없이 빠르다. 이 특성이 자살 위험도를 높이는 핵심요소다. 물론 개인적으로야 안타깝지만 맬서스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그들의 사회적 자살이 공익에 일정 부분 이바지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최근의 노모씨를 포함해 '표본들'이  이 정도까지 쌓이다 보니 블로그 회의론자인 나조차도 블로그의 사회적 순기능을 겸허히 인정치 않을 수 없다. 나도 뽀록나기 전에 접어야 할 듯.